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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쳇바퀴 대신 책바퀴 (69)달까지 가자

'달까지 가자’ 를 읽고  ..


우리의 “달”은 무엇이며, 어떻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장류진 작가가 쓴 “달까지 가자”는 마론 제과에서 5년째 직장 생활을 하는 비공채 출신 3명의 가상화폐 투자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은 부모에게 물려 받은 재산 없이 월급으로 학자금과 월세를 감당해 나가는 직장인이며, 안정적인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비공채 출신 직장인이다. 돈과 셈에 밝은 은상언니, 현재 감정에 충실한 지송이, 이들을 관찰하는 소설의 화자는 목욕탕 물이 새는 원룸에 월세로 사는 정다해다. 

 

일의 성과와 상관없이 늘 “무난”이라는 평가를 받는 처지, 점심시간에 근처 커피숍에서 점을 보며 미래를 꿈꾸는 현실, 회사를 다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의 기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동료와 잡담하면서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정보들, 이를테면 어느 동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출퇴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주말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명절에 어디에 가는지,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서 나와 같은 부류인지 다른 부류인지를 가늠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쳐준다. 

 

이들은 “우리 같은 애들에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말하는 은상언니의 조언을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가상화폐에 투자한다. 매월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월급으로는 역전 가능한 인생의 선택지가 없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불안한 투자를 한다.

 “솔직히 말해볼까? 우리 셋다 인생 노답인거 인정하지? “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은상언니는 낭떠러지에 서서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처절함으로 직장 동생들을 이더리움 투자에 올라타라고 설득한다.  


이 소설은 희극이자 비극이고 해피엔딩이기도 하지만 새드엔딩이다. 

이 소설은 샤워물이 새서 안심하고 샤워도 못하는 월세방에서 3억 전세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다행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가진 걸 모두 거는 도박을 하지 않고서는 별다른 탈출구가 없는 이들의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초반을 읽으면서는 이런 투자를 하는 은상언니를 탓하면서 착한 애들을 물 들인다고 여겼었다. 중반 이후는 투자한 돈이라도 회수해야 할 텐데 라는 마음으로 그 선택을 한 그녀들의 절절한 불안을 공감했다. 그녀들의 처절하고 간당간당한 선택을 보면서 젊은이들에게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 사회 구조에 대해 가슴이 먹먹해졌다.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는 밤, 이 좋은 곳에까지 와서 스마트폰 화면에 갇혀 거래소 앱을 열어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더리움 투자가 끝나면 저들이 괜찮아질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또, 다해가 3억을 따고 이더리움 투자에서 물러난 것이 실제에서 가능한 일인가 의문도 들었다. 3억이 있지만 직장을 계속 다니며, 어렵게 생각했던 임원실 9층에 올라가 휴일의 평화를 누리고 , 유기농 우유를 사먹을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에 만족하는 모습이 동화가 아니고 실화일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왜냐하면  살만한데도 “더!더!더!”를 외치며 늘 돈에 전전긍긍하는 부자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시세가 1-2위를 다투는 타워***에 사는 선배언니네 집에 간 적이 있다.

 “와 언니네 집 너무 좋다” 했더니,

 “거기 현관하고 거실 반만 내 집이고 나머지는 다 은행꺼야”라고 했다. 

 “언니 , 돈 많잖아, 왜 대출을 받았어? “ 라고 하니

 “대출도 자산이다.. 대출 갚는 긴장감으로 더 돈을 벌어야지 “ 한다

 

예전에는 돈이 어느 정도 있으면 충만할 줄 알았다. 가격 걱정 안하고 유기농 목장의 우유를 골라서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지갑의 여유가 있으면 충만할 줄 알았다. 의식있는 선택을 통해 건전한 시민이 된 것 같은 여유로움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거기에 다다르고 나면 또 다른 불안감이 밀려온다.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서 돈을 굴리는 사람의 불안감은 이더리움의 떡상과 떡락에 멀미 날 지경인 이 소설의 등장인물 3명 못지 않다. 

 

“우리 같은 애들이 설국열차의 꼬리칸에서 한 칸이라도 이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꼬리칸에서 한칸만 앞으로 나아가면 멀출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리 같은 애들’의 범주안에 누가 벗어날 수 있으며 누가 우리 같은 애들이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은상언니처럼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돈을 굴리는 사람들은 마음이 ‘달’에 가 닿았을까? 

 

가진 자의 여유로운 설교라고 여기면 어쩌나 두렵기도 하고 내가 입장이 달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조심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인간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어서 그 누구에게도 ‘달’은 도달 가능한 명사가 아니라 도달하는 과정인 ‘가자’와 같은 동사라고…

 

소변이 마려운데 화장실이 없어서 참으며 등산을 하면 산을 즐길 수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단풍도 오로지 화장실에 도착하기 위해 지나치는 경로일 뿐이다. 빚을 갚기 위해 살면, 삶을 사는게 아니다. 살며 돈을 버는게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삶을 버티게 된다. 

 

이 소설에서 직장과 이더리움은 하나의 상징일뿐, 직장은 우리네 인생이고 이더리움은 우리가 목 매고 있는 그것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네 인생에서 목을 매고 있는 무언가에 우리가 얼마나 휘둘리고 있는지를 비쳐주는 것 같다. 누구는 자녀에, 누구는 명예에, 누구는 ‘돈’에 메여서 우리의 시간을 뺏기고 도둑질 당한다. 우리가 그러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앎으로써 그것을 떨쳐낼 수 있다. 우리에게 그것을 비쳐주는 소설이다. 


책에서 가고자 했던 “달”이란 ‘가즈아’, ‘존버’ 등 투자자들이 꿈꾸는 일확천금의 미래일 수도 있겠지만 작은 것에도 충만하게 여기는 마음의 평화일 수 있다 .  


이 소설이 실화가 아니라 동화처럼 여겨진다면 

우리에게 ‘달’은 돈을 초월한, 

돈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스스로 이끌어내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우리 그 ‘달까지 가자’,

W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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