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매월 발간하는 Callcenter Japan 2024년 12월호에 따르면 2025년 컨택센터 운영 과제는 '고도화'다. 고객데이터를 비롯한 정보 인프라와 상담사 인력 관리의 통합 운영이 2025년 컨택센터의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제 고객들도 컨택센터로 바로 전화하지 않고 챗봇에게 묻거나 스스로 찾아본다. 그러다 해결이 안 되는 일들만 컨택센터로 항의한다. 컨택센터는 문의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 항의를 상담하는 고객 문제 해결의 최후 보루이자 고객 불만 해소의 마지막 접점이 됐다. 이런 예민한 상담은 고객 충성도와 이탈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때 제대로 고객의 소리를 수집하지 못하고 불만을 만회할 방도를 찾지 못하면 컨택센터는 노동을 반복하게 된다.
더불어 조직 전체도 고객 감수성이 떨어지는 이상한 판단을 하게 된다. 이제 컨택센터는 상담 중 만족도를 높여 로열티를 향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 데이터 단서로부터 영업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다음 마케팅 방안을 찾아내는 복합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복잡한 퍼즐을 핵심 열쇠는 바로 슈퍼바이저에게 있다. Callcenter Japan이 일본의 193개 컨택센터 운영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슈퍼바이저 채용·육성'이 전년보다 급부상한 우선 과제로 나타났다. '상담사 채용·육성'이나 '생산성 향상'보다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컨택센터 슈퍼바이저는 상담사 업무 지도를 비롯한 클레임 등 난이도 높은 상담의 에스컬레이션 응대를 대신한다. 또 상담사 업무 모니터링·심리 케어도 하지만 고객의 소리를 정리하고 분석해 관련 부서와 업무를 조율하기도 한다. 유용한 상담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IT 기능을 개선할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나아가 고객 중심적 시각을 견지한 현장 관리자로서 컨택센터 업무 개선만이 아니라 전사적 업무 개선안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지만 할 여력이 안 돼서 하지 못한다. 정작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슈퍼바이저들은 업무 부담에 짓눌려 매일 매일 허덕이다 못해 번아웃 상태다. 과거에는 슈퍼바이저로 승진하면 축하받았다. 요즘은 서로 안 하려고 한다. 슈퍼바이저들도 "승진하기 전인 상담사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책임은 무겁고 지원은 부족한데 해야 할 일은 많고 공격만 당하기 때문이다.
"일과가 어땠냐고요?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아침부터 에스컬레이션 콜을 받아 고객 클레임을 해결하느라 진이 빠졌어요. 그 사이 또 다른 상담사가 동료와 갈등을 빚어 중재에 나서야 했고요. 점심에는 VOC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흡입했어요. 오후엔 IT 시스템 업데이트 문제로 관련 부서와 회의하다가 어느새 날이 저물었네요"
다른 슈퍼바이저의 대답을 들어보자.
"교육을 받냐고요? 하루 종일 전화와 이메일, 미팅에 치이다 보니, 정작 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안을 고심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 그저 하던 대로 빠르게 해치우기에 바쁘죠. 제일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지만 늘 바빠서 내가 무슨 일을 왜 어떻게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일어난 일들을 해치우듯 쳐내기에 바쁩니다. 속 편하게 내 할 일만 딱 끝내고 퇴근하는 상담사가 부러워요"라고 말한다.
이런 하소연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슈퍼바이저 일상의 다반사가 이와 비슷하다. 디지털 전환으로 슈퍼바이저가 해야 할 업무는 확장됐지만 슈퍼바이저의 업무 여건은 악화됐다. 재택근무자도 많아지고 업무는 복잡한데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져서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슈퍼바이저의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맡은 일은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현장의 문제를 신속히 판단하고 혁신과제를 세심하게 포착하려면 두뇌 회전도 빨라야 한다.
리더 스스로의 감정을 명료하기 인식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팀원과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테마파크 주차 요원으로 입사해 26년간 19개 직책을 두루 거치며 경영진까지 오른 전설의 디즈니맨 댄 코커렐은 "현장 관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와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팀 회의 시간을 지키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듯 슈퍼바이저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 성장을 위한 학습 시간을 약속처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육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콜센터 재팬에 따르면 '슈퍼바이저가 된 후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조사됐다. 컨택센터 교육 컨설팅을 20여년간 해온 필자의 체감상 한국은 20%도 안 된다고 여겨진다.
슈퍼바이저는 컨택센터의 중추다. 그들의 전문성이 컨택센터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고객을 덜 힘들게 한다. 그들의 통찰력이 AI 기술에 날개를 달아주고 상담사를 더 현명하게 일하게 만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급급해 뒤로 밀리기엔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너무나 중차대하다. 지금 당장은 시급해 보이지 않더라도 슈퍼바이저를 육성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핵심과제다.
"물은 소리 없이 흐르지만, 그 힘은 산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수퍼바이저의 역량이 컨택센터와 AI기술을 고도화하는 기반이다. 2025년 컨택센터는 또다른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슈퍼바이저가 번아웃되지 않고 혁신의 중심에서 컨택센터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래야 DX도 헛발질 하지 않고 AI기술도 엉뚱한 데 힘을 쏟지 않는다. 수퍼바이저에게 정신력과 전문성을 키울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2025년 컨택센터의 '고도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글 (주)윌토피아 지윤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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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prime.co.kr/news/article/?no=670596
일본에서 매월 발간하는 Callcenter Japan 2024년 12월호에 따르면 2025년 컨택센터 운영 과제는 '고도화'다. 고객데이터를 비롯한 정보 인프라와 상담사 인력 관리의 통합 운영이 2025년 컨택센터의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제 고객들도 컨택센터로 바로 전화하지 않고 챗봇에게 묻거나 스스로 찾아본다. 그러다 해결이 안 되는 일들만 컨택센터로 항의한다. 컨택센터는 문의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 항의를 상담하는 고객 문제 해결의 최후 보루이자 고객 불만 해소의 마지막 접점이 됐다. 이런 예민한 상담은 고객 충성도와 이탈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때 제대로 고객의 소리를 수집하지 못하고 불만을 만회할 방도를 찾지 못하면 컨택센터는 노동을 반복하게 된다.
더불어 조직 전체도 고객 감수성이 떨어지는 이상한 판단을 하게 된다. 이제 컨택센터는 상담 중 만족도를 높여 로열티를 향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 데이터 단서로부터 영업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다음 마케팅 방안을 찾아내는 복합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복잡한 퍼즐을 핵심 열쇠는 바로 슈퍼바이저에게 있다. Callcenter Japan이 일본의 193개 컨택센터 운영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슈퍼바이저 채용·육성'이 전년보다 급부상한 우선 과제로 나타났다. '상담사 채용·육성'이나 '생산성 향상'보다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컨택센터 슈퍼바이저는 상담사 업무 지도를 비롯한 클레임 등 난이도 높은 상담의 에스컬레이션 응대를 대신한다. 또 상담사 업무 모니터링·심리 케어도 하지만 고객의 소리를 정리하고 분석해 관련 부서와 업무를 조율하기도 한다. 유용한 상담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IT 기능을 개선할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나아가 고객 중심적 시각을 견지한 현장 관리자로서 컨택센터 업무 개선만이 아니라 전사적 업무 개선안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지만 할 여력이 안 돼서 하지 못한다. 정작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슈퍼바이저들은 업무 부담에 짓눌려 매일 매일 허덕이다 못해 번아웃 상태다. 과거에는 슈퍼바이저로 승진하면 축하받았다. 요즘은 서로 안 하려고 한다. 슈퍼바이저들도 "승진하기 전인 상담사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책임은 무겁고 지원은 부족한데 해야 할 일은 많고 공격만 당하기 때문이다.
"일과가 어땠냐고요?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아침부터 에스컬레이션 콜을 받아 고객 클레임을 해결하느라 진이 빠졌어요. 그 사이 또 다른 상담사가 동료와 갈등을 빚어 중재에 나서야 했고요. 점심에는 VOC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흡입했어요. 오후엔 IT 시스템 업데이트 문제로 관련 부서와 회의하다가 어느새 날이 저물었네요"
다른 슈퍼바이저의 대답을 들어보자.
"교육을 받냐고요? 하루 종일 전화와 이메일, 미팅에 치이다 보니, 정작 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안을 고심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 그저 하던 대로 빠르게 해치우기에 바쁘죠. 제일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지만 늘 바빠서 내가 무슨 일을 왜 어떻게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일어난 일들을 해치우듯 쳐내기에 바쁩니다. 속 편하게 내 할 일만 딱 끝내고 퇴근하는 상담사가 부러워요"라고 말한다.
이런 하소연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슈퍼바이저 일상의 다반사가 이와 비슷하다. 디지털 전환으로 슈퍼바이저가 해야 할 업무는 확장됐지만 슈퍼바이저의 업무 여건은 악화됐다. 재택근무자도 많아지고 업무는 복잡한데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져서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슈퍼바이저의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맡은 일은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현장의 문제를 신속히 판단하고 혁신과제를 세심하게 포착하려면 두뇌 회전도 빨라야 한다.
리더 스스로의 감정을 명료하기 인식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팀원과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테마파크 주차 요원으로 입사해 26년간 19개 직책을 두루 거치며 경영진까지 오른 전설의 디즈니맨 댄 코커렐은 "현장 관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와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팀 회의 시간을 지키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듯 슈퍼바이저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 성장을 위한 학습 시간을 약속처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육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콜센터 재팬에 따르면 '슈퍼바이저가 된 후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조사됐다. 컨택센터 교육 컨설팅을 20여년간 해온 필자의 체감상 한국은 20%도 안 된다고 여겨진다.
슈퍼바이저는 컨택센터의 중추다. 그들의 전문성이 컨택센터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고객을 덜 힘들게 한다. 그들의 통찰력이 AI 기술에 날개를 달아주고 상담사를 더 현명하게 일하게 만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급급해 뒤로 밀리기엔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너무나 중차대하다. 지금 당장은 시급해 보이지 않더라도 슈퍼바이저를 육성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핵심과제다.
"물은 소리 없이 흐르지만, 그 힘은 산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수퍼바이저의 역량이 컨택센터와 AI기술을 고도화하는 기반이다. 2025년 컨택센터는 또다른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슈퍼바이저가 번아웃되지 않고 혁신의 중심에서 컨택센터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래야 DX도 헛발질 하지 않고 AI기술도 엉뚱한 데 힘을 쏟지 않는다. 수퍼바이저에게 정신력과 전문성을 키울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2025년 컨택센터의 '고도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글 (주)윌토피아 지윤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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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prime.co.kr/news/article/?no=670596